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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짜장밥...

by 최고관리자 posted Dec 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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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짜장밥...
안녕하세요.
전 20대 후반의 직장남성 입니다.
오늘 하늘이
너무 좋은 날이네요.
이렇게 좋은 하늘 보면 생각 나는 사람이 있어 글을 써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누나 남동생 이렇게 3남매가 같이 살았습니다.
집 형편이 어려워서
항상 저희 3남매가 먹는 것 입는 것 모자라게 살았죠.
어머니도 그런 저희에게 더 좋은 것 사주시고 싶어서
항상 일 나가시면 동생이랑 저는 집에서
놀다가 밖에 친구들 만나서 놀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었습니다.
남동생이랑 저를 항상 따라다니며 노는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저희 동네에 사는 학교선생님의 아들이었습니다.
걔네 집은 잘살아서
항상 저희 형제 보다 돈도 많고 맛있는 군것질도 많이하고 장난감도 많이
사는 걸 보고 항상 부러웠었죠.
헌데 이 친구랑 어울리면 좋은 점이 그 집 아주머니께서
저희에게 자기 아들이랑 놀아준다고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시곤 했죠 .
그래서 더욱 그 동생이랑 많이 붙어 다녔습니다.
어느 날은 그 집 아주머니께서 외출 하신다고 저희 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으라고 저에게
형이라고 돈을 주시는 겁니다.
물론 70년대 얘기도 아니지만.. 그 당시만해도 저와 제 동생에게는 짜장면 살 돈이라 하면
엄청 큰돈이었습니다.
제동생과 그 잘사는 동생을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어머니가 안 계시더 라구요 .
그래서 얼른 중국집에 전화해서 짜장면을 시켰습니다.
곧이어 짜장면이 도착하고 돈을 내고 저희 3명은 엄청 맛있게 먹어댔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없고 천국이 따로 없더라구요.
근데 그때 저희 어머니가 일을 마치시고 들어 오시더라구요.
저희를 보시며 피곤한 듯 옆에 앉으시는데 제가 '엄마 짜장면 좀 무그라'(전 경상도 사람 입니다.)
그러자 저희 어머니 는 '아이다. 내는 일하는 데서 점심 많이 먹고 와서 배 부르다.
느그들 얼릉 많이 묵그라~' 지금 생각 해도 바보 같은 생각이죠...
항상 밥값 아끼신다고 집에서 식사 하시는 어머니인데 그땐 그 말을 고지 곧대로 믿고 당연히
어머니는 많이 드시고 왔을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한거죠…
그냥 어머니 신경 안 쓰고 옆에서 맛있게 먹어댔습니다.
어느덧 짜장면 한 그릇이 다 비워져 가고 짜장면 먹다 보면 나중에 남는 찌꺼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젓가락으로 잘 집히지도 않고 배도 부르고 해서 동생이랑 그 잘사는 동생이랑 나가서 놀려고 젓가락을 놓고 나가려고 준비를 했습니다 .
어머니는 '나가려고?' 하시며 주섬주섬 저희가 먹은 짜장면 그릇을 치우시더라구요.
짜장면 찌꺼기를 한 그릇에 모으시면서 그걸 보고 저희는 놀러 나왔습니다.
집을 나선지 얼마 안 돼서 갑자기 두고 온 구슬이 생각 나더라구요.(예전에 구슬 따먹기 놀이가 있었죠)


그걸 가지러 동생들을 먼저 보내고 저 혼자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얼른 가지고 나오려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어머니께서 씽크대 밑에서 쭈그려 앉으셔서 버릴 줄 알았던 그 먹다 만 짜장면 찌꺼기 모은 것 에다 식은 밥을 비벼서 신 김치랑 드시고 계신 겁니다.
저도 놀래서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는데 어머니도 적잖게 당황 하셨는지 잠시 저를 쳐다 보시
더군요.
자신이 점심 배부르게 먹고 왔다고 했는데 아들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셔서 순간 당황하셨나 봅니다.
근데 이내 어머니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시면서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이렇게 해먹으면 짜장밥 된다~'
'으 ..응 .. 응 ........'전 그냥 할말이 없어 서둘러 집을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걸어가는데.. .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난 왜 이렇게 바보인지 어머니께서 항상 그렇게 배 부르다 하시면서 식은 밥 안 좋은 것만
드시고 좋은 건 저희만 먹이시는걸... 왜 몰랐는지...

혼자 울면서 다짐 했습니다...
나중에 커서 어머니에게 짜장면 많이 많이 사드리겠다고...
이제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서 그렇게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어머니에게 짜장면 10그릇 아니, 100그릇도 더 사 드릴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는 제 곁에 없습니다....
제가 고등학교3학년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당신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졸업해서 취업하고 결혼해서 손주도 보시고 하셔야 하는데..
결국 어머니는 그렇게 고생만 하시다가 하늘로 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어머니는 속에서 받아주시지 않았는지..
맛있고 좋은 음식들 다 소화 하시지 못하고 다 올리시더군요..
그걸 보고 뒤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나 이제 좀 있으면 대학생 돼서 아르바이트도 해서 어머니한테 맛있는 짜장면도 사드릴텐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직도 어머니 마지막 말이 생각 납니다..
'우리 아들... 우리아들이 어렸을 때 소보루 빵이 그렇게 묵고 싶다는거...
이 엄마가 못 사줘서 미안하데이~ 얼른 일나서 우리 아들 소보루 빵 많이 사줘야 할낀데......'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수업 받던 저에게 급하게 선생님이 교무실로 불러서
집에 얼른 가보란 얘길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가 취업해서 첫 월급 탔을 때, 어머니 산소에 짜장면을 사가지고 가서 어머니
앞에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어머니 아들 이제 이렇게 어머니 맛있는 거 사드리고 호강 시켜 드릴 수 있는데..
왜 안 계시냐고..... 어머니 너무 죄송하다고.....
이젠 사진 속에서만 어머니 얼굴을 볼 수 밖에 없지만…오늘 같이 하늘 좋은 날에는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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