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 게시판 - 오 정근 개인전

안녕하세요.

오 정근입니다.

어제의 '한국 춤' 공연은 모처럼의 문화체험이 되었네요.

늘 작업실에 틀어박혀 그림만 그리는 저에겐 좋은 휴식이 되었어요.

드디어 기나긴 겨울이 꼬리를 감추고,

봄 없이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네요.
이번 주 토요일(18일)에 개인전시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한 해의 농사를 마치고 추수한 곡물을 선보이는 마음입니다.
정성을 다해 지은 농사가 영양이 듬뿍든 곡물이 되어, 여러 이웃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맘으로 전시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혹 시간과 형편이 되시면, 왕림하여 함께하셔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오 정근 개인전
Zwischenräume-사이 공간
오프닝: 5월 18일(토) 19시
장소: Galerie SON
Mauerstraße 80 10117 Berlin-Mitte

이번 전시회에 관한 은사님의 서문을 아래서 함께 올립니다.

봄이 오면
모든 게 사라진 듯한 벌판에서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는 것이
경이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자연이 빚는 아름다움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신비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입니다.
그에 반해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입니다.
무한한 하늘에서 인위적인 조형물에 의해 만들어진 유한한 하늘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는
그는 베를린과 브레멘에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붉은 색, 두 개의 면, 하늘과 인위적인 대상물을 통한 표현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려는 일관된

그의 작업에서 이번에는 약간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사각형에서 다각형으로의 변화와 하늘과 건물의 분리입니다.

이번 전시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각형의 틀은 하나의 하늘 형태를 사진기에 담기 위한 흔적입니다.
이것은 제 작업의 시작이 되는 행동입니다. 사각의 캔버스 앞에서 붓을 드는 순간부터 관객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소재가 되는 사물이 놓여 있는 장소에서 작가가 어떤 행태를

취했는가에서 부터 이해를 같이 하고자 했습니다.“

면과 색을 통한 그의 표현은 그가 보여주려 하는 최선의 미의식의 표현입니다.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추상적인 형태 속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내려 하고
그는 구상적인 형태 속에서 추상적인 형태를 찾아내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그의 그림을 처음 보는 이들에게 이해의 어려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보는 이들 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의식이나 가치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각형의 캔버스는 그가 무엇을 그렸는지 그리고 그가 찾고자 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그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첫 마당입니다.
더불어 그의 그림을 보는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감정의 표현이 다각형의 캔버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캔버스의 형태 변화에서보다는
작가에 대한 이해에서 그와 그의 그림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향기는 꽃에서 나고 벌과 나비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꽃에서 놀고 꽃에서 꿀을 따다 보면
향기가 꽃에서 나는지 나비와 벌에서 나는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처럼 그와 그의 작품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의 그림이 아름답다면 그가 아름다운 것이고
그가 아름다우면 그림도 함께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림은 작가를 꼭 닮는 것이라 봅니다.
그렇게 말하게 되는 이유는 미에 대한 의식이나 가치가 삶을 통해서 그리고 삶에 대한 이해에서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는 “캔버스 앞에 서면 가장 즐거우면서도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20여 년 전 어느 날 ‘캔버스 앞에 앉으면 붓을 대는 데까지 한참 망설여진다.“고 말했던
그에게, 그린다는 행위는 언제나 팽팽한 긴장과 더불어 모든 것을 쏟아내는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나타난 그의 그림은 깊은 고요와 작은 역동감을 갖은 정제된 한편의 시 입니다.

신 석균 은사님

오 정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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